책 표지가 예뻐서 눈이 갔던 책이었다.
에세이라길래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아버지를 떠나보낸 작가의 이야기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제목이 와닿았다.
글은 담담했는데 읽는 내내 울컥거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도 작가와 같은 경험이 이미 있어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2010년 겨울에 돌아가셨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계시다가 쓰러지셔서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작가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편안하게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참 부러웠다.
우리 가족은 아빠와 서로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일방적인 우리의 인사만 있을 뿐이었다.
책에는 작가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기록하고 있다.
읽는 동안 오랜만에 아빠를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뭐, 행복한 추억만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새삼스러웠다.
아빠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 뇌출혈로 쓰러지셨었다.
과로가 원인이었는데 그 때가 1997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IMF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아빠가 이불공장을 운영하셨는데, 공장도 문을 닫게 되고 몸도 약해진 아빠는 그 이후로 다시 재기하시지 못하셨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수많은 아빠들이 그때 너무 힘들었다.
약주를 워낙 좋아하셔서 늘 드셨는데, 그 당시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
엄마의 고생이 아빠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빠도 술로 겨우 버텨내신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 아빠의 마음을 좀 들여다볼걸하는 후회로 이어지곤 한다.
수많은 추억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다.
그날은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남동생과 함께 준비한 선물도 드렸다.
아빠는 집에서 2차를 원하셨고(물론 혼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술을 사러 슈퍼로 가셨다.
그날 따라 나도 아빠를 따라나섰다.
아빠가 계산을 하는 동안 술이 든 봉지를 내가 들고나가서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아빠가 봉지를 다시 들고 가시고는 "손이 왜 이렇게 차갑노." 하시며 내 손을 잡아 주셨다.
성인이 된 이후, 아니 청소년기를 통틀어서도 아빠와 손을 잡은 건 처음이었다.
그때 아빠의 손이 참 따뜻했다.
아마 평생 동안 가장 남을 기억이다.
책의 제목을 인용하여 바라는 건데, 아빠의 영원한 외출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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